주부들이 세상을 사는 방법 ‘함께 하자’

2014년[Happy Bath, Happy Smile, ARITAUM in U] 사업 이야기



‘together(투게더)’는 영어 단어가 아니라 아이스크림이다. 눈이 내리는 겨울에 온 가족이 둘러 앉아 밥숟가락으로 떠먹어야 더 맛있 아이스크림 말이다. 그래서인지 ‘together'라는 단어를 들으면 달콤하고 따뜻한 느낌이 든다. 함께 밥을 먹고, 함께 놀고, 함께 배우고 공부하고… 생각만으로 든든하고 포근하다. 바로 그렇게 26년간 동고동락한 모임이 대구에 있다. 이름도 아예 <함께하는주부모임> 일명 <함주모>다. 2014 아리따움인유 시설개선사업의 지원을 받아 활력 넘치는 공간으로 탈바꿈한 <함주모>를 찾아갔다.



<함주모>의 힘은 ‘부엌’에서


1988년 ‘지역 공해문제를 주부들의 손으로 해결하겠다.’며 평범한 주부들이 모여 만든 <함주모>는 대구지역 환경운동의 선구자이다.

공해추방운동을 시작으로 여성학공부, 미디어 교육, 가족생활상담, 한부모가정 지원 등 다양한 활동을 하였다. 지금은 50여명의 주부들이 꾸려가고 있는, 작지만 야무진 실천을 하는 모임으로 인정받고 있다.

처음에는 ‘여자들이 알지도 못하면서 공해냐’며 비난을 받기도 했지만 서로 보듬어 주면서 힘을 내었다. 그 힘은 한솥밥에서 나왔다.

“주부들이 매번 밥을 사먹을 수도 없잖아요. 알뜰살뜰하게 살림하듯 해서 힘든 줄도 몰랐어요. 한번은 카레를 했는데 사람이 계속 오는 거예요. 밀가루를 풀어 양을 늘려서 나눠먹었어요. 그래도 맛이 좋더라고요.”

 

이승은 회원의 말처럼 함께 먹어서 좋았던 밥 먹는 일이 예전에 비해 많이 줄었다. 지난해 지금의 사무실로 옮기면서 그렇게 된 것이다.

 

“형편에 맞춰 옮겨야 했어요. 부엌이 없어 휴대용 가스레인지를 사용했는데 아무래도 불편했죠. 이번 시설개선사업으로 공간분리를 하면서 부엌이 생겼어요. 모임에 활력이 생길 것 같아요.”

 

박다연 간사의 말이다. 개선사업은 개수대, 가스레인지와 수납장을 설치하고, 회원들은 그릇과 주방도구를 모아 부엌을 꾸몄다. 부엌 외에 상담실과 교육장도 생겼다. 하나의 공간으로 되어있던 기존의 사무실을 4개의 공간 -상담실, 부엌, 교육장, 사무실로 분리한 것이다.



편하게 마음을 내보이는 ‘나무그늘‘


공간이 없어 위축되었던 상담활동은 이번 사업으로 제자리를 찾을 예정이다. <함주모>는 그런 기대를 모아 상담실 이름을 ‘나무그늘’이라고 지었다. 웃음소리가 새어나오는 ‘나무그늘’ 문을 열자 회원들이 뜨개질을 하고 있었다. 누군가 코를 빠트리는 실수를 하자 또다시 웃음이 터졌다.

 

아리따움 고유 문양이 새겨진 분홍색 벽이 밝고 편안한 기운을 뿜어내는 이곳은 여느 상담실과 달리 책상도 의자도 없다. 찻잔이 놓인 나지막한 테이블과 한쪽 벽에 마련된 수납장이 전부다. 회원들이 방바닥에 앉아 뜨개질하는 모습이 마치 휴게실 같다. 마음이 편해야 상담도 잘 된다고 말하는 박다연 간사의 목소리는 부드럽지만 의지가 느껴진다.

 

“상담실에서 내담자가 편안했으면 해요. 사는 이야기를 하고 차도 마시고 뜨개질도 하다가 얘기하고 싶을 때 고민을 털어 놓을 수 있으면 해요. 허리 아픈 분들을 위해 등받이 의자도 준비할 생각이에요.”



세상을 배우고 소통하는 ‘공간너머’


음식물쓰레기 분리수거 활동을 대구시보다 먼저 시작했을 정도로 환경운동에 열심인 김춘희 회원은 멋진 시어머니이다.

 

“전통적인 고부관계의 고리를 끊으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딸과 며느리를 동등하게 대우하려고 해요. 다 이 모임에서 배운 거예요.”

 

“모임에서 환경 공부를 하고 나서 음식물을 못 남겨요. 육수 국물 내었던 멸치도 건져서 간장에 찍어먹는다니까요.”

 

덕분에 살이 자꾸 찐다는 이승은 회원의 투정은 자부심의 다른 표현이다.

 

 

 

배움과 실천을 강조하는 <함주모>에게 교육장은 중요하다. 넓고 깨끗한 칠판, 밝은 조명, 편한 책상과 의자로 새로 단장한 교육장 ‘공간너머’에서는 어떠한 배움이 일어날까?

 

“<함주모>는 딱 한발자국씩 앞서 배웠어요. 환경공부, 생활 상담, 한부모가정을 위한 활동 도 남들보다 조금 앞섰죠. 이런 활동들은 다른 곳에서 활성화 되어 우리 모임에서는 지금은 안하구요. 이제 저희 모임은 노인 문화를 공부하려고 해요.”

 

<함주모>는 ‘아름다운 중・노년 문화연구소’와 공간을 함께 쓰고 있다. 회원들의 평균연령도 높아지고 있는 지금 딱 필요한 배움과 활동인 셈이다. 회원들이 이야기를 나누는 중에 지나가던 동네 분이 뭐하는 곳인지 궁금하다며 사무실로 들어왔다.

 

“집안에만 있었다면 몰랐을 것을 배웠고, 함께 실천하고… 세상을 보는 눈이 생기고… 음, 사회에 대한 용기를 주는 모임이죠.”

 

안하경 회원의 말처럼 <함주모>는 주부들이 세상을 사는 방법을 배우는 곳이다. 함께 하면 용기가 생기고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믿음도 생긴다. 그리고 아리따움인유 시설개선사업이 그들의 용기와 믿음을 지지하고 있다. 

 

송재금(고곰세)

고곰세는 세상과 소통하는 글, 삶을 가꾸는 글쓰기를 지향합니다.

 

 

 


한국여성재단과 아모레퍼시픽복지재단이 함께하는

Happy Bath, Happy Smile, ARITAUM in U 시설개선사업


한국여성재단은 지난 2009년부터 아모레퍼시픽복지재단의 후원으로 여성생활, 이용시설 및 비영리 여성단체의 열악한 시설을 개선하고, 지역 내 소통할 수 있는 여성 대안공간을 창출하는 시설개선사업을 지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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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바람, 세상을 살리는 공간에 다 같이 오세요!

안양YWCA 오픈식을 다녀와서

2014년 [Happy Bath, Happy Smile, ARITAUM in U] 사업 이야기




와, 러브하우스다


안양YWCA 회관 2층 본부사무실 입구, 아이들이 믿지 못하겠다는 표정으로 탄성을 지르자 함께 했던 엄마들이 했던 말이다. 며칠 전만 해도 협소한 공간 탓에 등과 배를 앞 뒤 책상에 딱 붙이고 앉아 있느라 답답하고 힘들었는데. 이제는 신나게 움직여도 안전한 넓고 밝은 공간으로 거듭났다.


 



모두가 함께하는 가래떡 커팅


가을비가 촉촉이 내리는 날이지만 사무실은 참석자들로 꽉 들어차 있었다. 아름답고 깨끗하게 변신한 교육공간인 배움방, 회의와 상담 공간인 나눔방, 누구나 와서 차와 함께 담소를 나누는 사무실 로비. 이곳저곳 놀라운 눈으로 구경하는 사람들은 하나같이 “신발 벗고 들어가야 할 것 같아요!” 라며 감탄사를 쏟아냈다. 그 말에 예전의 모습과 비교해 설명하는 YWCA활동가의 얼굴엔 함박웃음이 떠날 줄 몰랐다.


Happy Bath, Happy Smile, ARITAUM in U 시설개선사업을 통해 새롭게 변신한 안양YWCA. 물심양면 힘써준 인사들과 회원들을 초청해 9월 29일 배움방에서 오픈식을 가졌다.


“저희는 생명의 바람을 일으키고, 생명을 살리고 여성의 인권과 새싹을 키우는 걸 사명감과 기쁨으로 알고 28년을 달려왔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하늘을 날아다니며 일을 할 것 같습니다. 이렇게 아름다운 공간을 품을 수 있도록 마련해주신 여성재단과 아모레퍼시픽복지재단에 감사드립니다.”

 

임영숙 안양YWCA 회장의 감사인사를 시작으로 내빈들은 그동안 안양YWCA가 보여준 열정과 수고에 아낌없는 박수를 보내며 더욱 발전하길 기원했다. 박기남 한국여성재단사무총장은 “시설개선 사업은 물리적 공간의 개선뿐만 아니라 여성의 삶의 변화를 바라는 마음이 담겨있는 사업이에요. 안양을 여성들이 살기 좋은 마을로 만들어 가는데 이 공간이 꼭 필요한 공간이 되어 다양한 이야기와 아이디어가 샘솟기를 바랍니다”라며 아낌없는 지지를 보냈다.


이제 마지막으로 모두가 함께하는 가래떡 커팅식!

길게 이어진 가래떡을 잡고 참석자 모두 서로서로 덕담을 나누고 떡을 나누는 자리. 안양YWCA는 또 다른 꿈을 향해 한 발짝 내딛었다.




생명바람, 세상을 살리는 여성


안양YWCA 회관 2층 본부사무실은 하루에 150명의 내방객이 오고간다. 개선 전엔 교육프로그램, 돌봄사업에 관한 취업관련 상담, 소비자상담, 교육상담 그리고 각종 전화 상담까지, 한 공간에 뒤섞여 사무실에서 일하는 활동가뿐만 아니라 내방객까지 정신없고 힘들었다.


“교육장, 상담실, 사무실, 회의실, 수납공간의 효율적인 배치가 무엇보다 필요했어요. 특히 교육을 받는 아이들이 교육장을 가려면 사무실을 가로지르는 불편은 기본이고 협소한 공간에서 아이들이 몰려있다 보니 안전도 걱정이었죠. 수업을 받는 아이들을 기다리는 부모들이 마땅히 있을 공간도 필요했어요.(이규숙 안양YWCA 팀장)”

 

이 말과 함께 이규숙팀장은 상기된 얼굴로 자신들을 위해 새롭게 변신한 공간에서의 첫 느낌을 담은 아이의 글을 들려줬다.






‘우리가 새싹이라고 치면

YWCA는 물과 햇빛이라고 할 수 있다.

새싹에 물과 햇빛을 주지

않으면 새싹이 시들어버리는

것과 같이 우리에게 YWCA가 없으면

세상을 살릴 수 없는 것과 같다’


바로 Happy Bath, Happy Smile, ARITAUM in U 시설개선사업이 여성단체에 지원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한국여성재단과 아모레퍼시픽복지재단이 함께하는

Happy Bath, Happy Smile, ARITAUM in U 시설개선사업

한국여성재단은 지난 2009년부터 아모레퍼시픽복지재단의 후원으로 여성생활, 이용시설 및 비영리 여성단체의 열악한 시설을 개선하고, 지역 내 소통할 수 있는 여성 대안공간을 창출하는 시설개선사업을 지원하고 있다.

 

 

이효경(고곰세)

고곰세는 세상과 소통하는 글, 삶을 가꾸는 글쓰기를 지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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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녀라는 말을 들으면 우리는 대개 요상한 주문과 함께 지팡이를 휘두르며 사람들을 해코지하는 모습을 떠올린다. 특히 아이들과 함께 있는 모습은 상상만 해도 오싹하다. 그런데 여기 마녀들이 있어 신나고 즐겁다는 아이들이 넘쳐나는 곳이 있다. 바로 <마산여성회>가 운영하는 <마녀와깨비 마을학교>이다. ‘마산여자의 줄임말인마녀 <마산여성회> 회원들을 의미한다. 이들에게 지금 마법 같은 일이 일어나고 있다.

 

희망과 설렘이 가득한 공사현장

 

 

칸막이 철거 작업(8 28)

철거완료 후 본격적인 공사시작 전( 91)


“쿵…쿵… 툭툭 쿵슥슥삭삭 후두둑

마법주문 대신 망치소리와 톱질소리가 요란하다. 마산시 대동한마음 아파트 단지 내 상가에 공사가 한창이다. 복도에는 기존 내부 시설물을 철거하면서 나온 폐자재를 담아 놓은 자루들이 수북하다. 한 걸음 걸을 때마다 뿌옇게 먼지가 솟아오른다. 하지만 공사현장을 둘러보는 <마산여성회> 활동가들의 얼굴에 흥분과 설렘이 가득하다.

 

“와, 이렇게 넓은 곳인 줄 몰랐어요. 생각보다 훨씬 넓어요.”

“피아노 레슨실이 여러 개의 칸막이로 되어 있어 좁아 보였을 겁니다. 그러다 보니 폐자재가 많네요. 이제부터 급수 공사, 전기 공사, 개수대 설치, 신발장 등의 목조 공사가 시작되고요. 추석이 끼여 있어 완공은 원래 계획보다 늦어 질 것 같습니다.”

공사를 맡은 아모레퍼시픽 협력사 대표가 작업일정에 대한 설명을 해준다. 8 28일 시작한 이 공사는 9 24일 완공된다. 공사가 끝나면 이 공간은 <마산여성회> 사무실이자 마을 사랑방마실과 상상이 된다.

 

“책상과 의자를 두지 않을 거예요. 바닥에 앉아서 이야기도 나누고 책도 보고 놀기도 하고다양한 용도로 사용하고 싶어요. 그래서 바닥에 전기 온돌패널을 깔기로 했어요.”

타일대신 장판을 깔고, 책상과 의자대신 앉은뱅이 탁자와 방석이 있는 공간은 보통의 사무실 모습이 아니다. 시설개선사업에서도 흔한 일은 아니어서 여러 번의 실사와 협의를 거쳐 가능해졌다.

 

 

 벽면을 채운 책장(9 13)

 빔프로젝터 설치(9 13)


 

마법처럼 시작된 시설개선지원

2006년 창립한 <마산여성회>는 여성이 행복한 마산 만들기를 모토로 아이들을 위한 마을학교, 행복마을문화제, 공부방 지원 등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다. 그 동안은 자체 공간이 없어 마산 시내 거리와 도서관, 카페, 회원들의 집을 전전하며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경남여성회> 성폭력상담소와 함께 사용하는 사무실이 있지만 상담소 중심이라서 프로그램 운영에 적합하지 않았고 혹여 내담자들에게 불편을 줄까 조심스러웠다. 회원들이 십시일반 돈을 모아 사무실 공간을 마련하려고 했지만 쉽지 않았다. 그러다가 한 회원이 피아노 학원으로 사용하던 상가를 최소의 임대비용으로 내어 주었고 한국여성재단과 아모레퍼시픽복지재단의 도움으로 내부 공사를 하게 되었다.

 

“회원들이 거리를 헤매며 활동하는 상황에 많이 지쳐있었는데 시설개선사업의 지원을 받게 되었어요. 지원서를 내면서 될까 싶었는데 저희들의 처지와 열정을 알아봐주셨다고 할까? 절실한 마음이 통했나 봐요.”

 

행복 공간으로, 수리수리 마하수리 얍!

 

<마실과 상상>의 완공을 기다리는 김경영 대표와 하영란 마을학교장의 설렘 가득한 모습 


아직은 먼지, 나무 조각과 공구들이 흩어진 공사장인데도 김경영 대표와 하영란 마을학교장에게 계획을 묻자 할 말이 봇물처럼 쏟아진다. 아이들이 걸어서 갈 만한 곳에 도서관이 없는 지역이니 이 공간의 우선적인 역할은 마을도서관이다. 하지만 마을도서관의 기능이 다가 아니다. 학교를 마친 아이들이 편안하고 안전하게 놀거나 쉬기도 하고, 햄버거 가게 대신 이곳에서 아이의 생일 파티를 하고, 동네 엄마들이 바느질 고수를 모셔놓고 바느질을 함께 하고, 할머니들은 요가를 하고, 지역 명망가들의 도움을 받아 인문학 공부를 하는, 그야말로 마을 사랑방을 꿈꾼다. 모두 하고 싶었지만 할 수 없었던 일들이다. 당장은 10월 개소식과 더불어 지금껏 거리에서 했던 행복마을 문화제를 할 계획이다.

 

“먼저 애들과 여성들이 행복해야 된다고 생각해요. 그래야 가족이 행복하고 마을도 행복해지는 거죠. 상업성에서 벗어나서 소소한 일상에서 행복을 찾는 여러 가지 일을 궁리하고 실천하는 공간으로 확장할 거예요. 할 수 있는 일이 많아졌어요.”

 

<마산여성회> 외에도 여성의 행복을 꿈꾸는 7개 단체의 공사현장에서 많은 사람들이 땀을 흘리고 있다. 공사가 끝나면 서로를 돌보고 상상력과 꿈을 펼칠 수 있는 여성들의 공간이 만들어진다. 마법처럼 말이다.

 

 

한국여성재단과 아모레퍼시픽복지재단이 함께하는

Happy Bath, Happy Smile, ARITAUM in U 시설개선사업

한국여성재단은 지난 2009년부터 아모레퍼시픽복지재단의 후원으로 여성생활, 이용시설 및 비영리 여성단체의 열악한 시설을 개선하고, 지역 내 소통할 수 있는 여성 대안공간을 창출하는 시설개선사업을 지원하고 있다.

 

 

송재금(고곰세)

고곰세는 세상과 소통하는 글, 삶을 가꾸는 글쓰기를 지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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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를 맞대고, 재능을 나누며 만들어간다

2014[Happy Bath, Happy Smile, ARITAUM in U] 사업이야기 

 

 

 

 

“저희 에이컨은 연식이 오래 돼서 모양이 구리구리한데 매립하면 어떨까요?”

“매립은 안 좋습니다. 쓰다가 나중에 바꾸시죠.”

 

“교육장에 적어도 25명은 수용해야 되는데 가능할까요?”

“가능하게 해야지요. 책상 사진을 요청해놨으니 다음에 가져오겠습니다.”

 

 <청주여성의전화> 실무자들과 시공을 맡은 협력사 대표가 공사에 관한 의견을 나누고 있다.

 

 

7 21일 오전 11, <청주여성의전화> 사무실에서 시공하는 협력사와의 5차 회의가 있었다. 공사 도면을 짚어가며 공간 활용, 배선, 가구 배치, 견적 비용, 환기 문제 등등 구체적인 사항들을 조율했다.   

<청주여성의전화>는 이 사업에 지원할 때만해도 기존의 사무실 틀에서 조금만 바꿔야 하는 줄 알았다. 그런데 한 달 전 현장 실사팀이 사무실을 방문했을 때 공간전면재조정을 하지 않고는 공간개선의 효과를 볼 수 없다는 평가를 듣고, 선정된 후 디자인팀과의 협의로 공간전면재조정을 했다. 현관문을 열자마자 보이던 교육장의 위치를 바꾸고 내담자들이 편안하게 상담할 수 있도록 공간을 나눠서 오는 사람 즐겁고 가는 사람 즐거운(~~~) 교육장으로 만들려고 한다.

 

“건축과 도면에 대해 문외한이던 저희가 바닥에 있는 쪽수를 세어가며 그림을 다시 그리고, 포토샵할 줄 아는 지인에게 도움도 청하고, 떨리는 마음으로 하나씩 하고 있어요. 지원해주시는 분들이 저희의 요구를 들어주려 하고 마음을 많이 열어주셔서 감사해요.” 송규란 활동가가 웃으며 어느새 두꺼워진 서류철을 보여준다.

 

 

청주여성의전화 활동가들이 지인의 도움을 받아 직접 포토샵으로 그린 도면이다.

 

 

 시설개선공사, 드디어 스타트!

2014 시설개선사업으로 전국에 있는 8개의 단체가 선정되자 아모레퍼시픽 인테리어지원팀이 제일 먼저 출동했다. 지방에 있는 협력사를 선정하여 단체와 연결시키고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을 만들었다. 다음은 시공을 담당할 협력사가 출동이다. 공사현장을 실측하고 도면을 그리며 단체의 요구를 듣는다. 여성단체들은 많은 사람이 이용하는 것에 비해 시설과 경제적 상황이 열악해 공사할 때 고려해야 할 부분이 많은 편이다.

“매장 공사할 때는 매뉴얼이 있으니까 그것대로만 하면 되는데, 시설개선은 단체의 요구사항을 다 반영해야 하니까 아무래도 어려운 공사이긴 해요.(웃음) 그래도 좋은 일이니 더 열심히 해야지요.” <청주여성의전화> 공사를 맡은 협력사 이재권 사장의 말이다.

 

각 단체의 디자인이 확정되기까지 단체, 협력사, 아모레퍼시픽 인테리어지원팀이 수시로 소통한다. 단체의 요구를 최대한 반영하여 개선하되, 전체적으로 AU의 디자인 콘셉으로 통일감을 준다. <청주여성의전화>한국여성의전화상징색인 보라색과 아모레퍼시픽 디자인 상징색인 분홍색을 절충하여 연보라빛 교육장을 만들 것이다. 벽에 새겨질 슬로건도 단체의 요구가 반영되었다. ‘시작했으니 두려움 없이여성들에게 주고픈 그녀들의 메시지이다.

 

 

파트너십으로! 재능나눔으로!

시설개선사업은 아모레퍼시픽복지재단과 한국여성재단의 공동협력사업으로, 2009년부터 여성이용 및 생활시설의 공간을 개선해주고 있다. 특히 아모레퍼시픽복지재단은 후원에 그치지 않고 회사 각 부서의 중요한 역량들을 모아 재능나눔을 하고 있다.

 

아모레퍼시픽복지재단의 김기선 과장은 아모레퍼시픽 각 부서의 협업을 이끌어내고 서로 소통하게끔 하는 컨트롤타워 역할을 한다.

 

 

아모레퍼시픽복지재단 김기선 과장(왼)인테리어지원팀 윤석미 과장(오른)이 단체의 서류를 보며 회의중이다.


“한국여성재단과의 파트너십으로 안정적으로 진행되는 사업이지만, 매년 업그레이드해야 하는 과제도 있습니다. 인테리어지원팀과 지역사업부가 그림자같이 보이지 않는 곳에서 수고를 많이 합니다. 실제 공사를 담당하는 인테리어지원팀과 협력사는 이 사업을 만들어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지요.”

 

여성단체에 대한 사회적 관심과 지원이 미약한 상황이지만, 한국여성재단은 이 땅의 딸들에게, 이 땅의 여성들에게 희망을 주는 일을 위해 오늘도 힘을 아끼지 않는다. 백경원 대리를 통해 2014 시설개선사업에 대한 자부심과 기대감이 보인다.

 

“담당자인 제가 객관성을 잃을 정도로(웃음) 정말 좋은 사업입니다. 현장실사를 가보면, 많은 단체 활동가들이 열악한 환경에서 일하고 있는 것을 확인하게 됩니다. 그런 모습을 보면 속상하다가도 저희 시설개선사업에 선정되면 이분들이 얼마나 행복해할까 생각하면 마음이 놓입니다. 올해 선정된 단체의 공간변화가 활동가들과 지역주민들에게 어떤 변화를 줄지 정말 기대가 됩니다.”

 

 

한국여성재단과 아모레퍼시픽복지재단이 함께하는

Happy Bath, Happy Smile, ARITAUM in U 시설개선사업

한국여성재단은 지난 2009년부터 아모레퍼시픽복지재단의 후원으로 여성생활, 이용시설 및 비영리 여성단체의 열악한 시설을 개선하고, 지역 내 소통할 수 있는 여성 대안공간을 창출하는 시설개선사업을 지원하고 있다.

 

 

 

김영숙(고곰세)

고곰세는 세상과 소통하는 글, 삶을 가꾸는 글쓰기를 지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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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램, 여럿이 함께하면 현실이 된다

2014[Happy Bath, Happy Smile, ARITAUM in U] 사업 이야기

 

 

“심장이 바운스! 바운스! 흥분의 도가니였지요.”

선정되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청주여성의전화> 송규란 활동가는 그랬다.

“믿겨지지 않아요. 절박함이 통했던 것 같아요. 우린 절실했거든요.”

<함께하는주부모임> 박다연 간사도 마찬가지다. 이처럼 시설개선사업선정은 공모한 여성단체들이 학수고대했던 일이다. 요새, 공간을 개방할 테니 와서 이용하라는 말을 여기저기 자랑처럼 하고 다닌다. 그리고 그 공간에서 어떤 일을 벌일까, 궁리하느라 시간가는 줄 모른다고.

 

 

2014 6월 한국여성재단과 아모레퍼시픽복지재단이 함께하는 Happy Bath, Happy Smile, ARITAUM in U 시설개선사업에 8개 단체가 선정되었다. 하나같이 평등, 배려, 나눔의 가치를 일궈가는 여성단체들이다. 하지만 그들이 일하는 곳은 아쉽게도 대부분 오래되고 열악하다. 그래서 시설개선사업에 선정된 단체는 마음이 설렌다.  세상을 바꾸는 여성들의 공간이 안전하고 쾌적한 공간이 되어 더 많은 사람들과 더불어 꿈을 펼쳐갈 수 있기 때문이다.

 

 

'ARITAUM in U' 지원으로 변화된 공간의 모습

'ARITAUM in U' 지원으로 변화된 공간의 모습 


 

바램, 신나게 놀며 자라는 공간

자체 공간이 없어 그 동안 카페, 마을공원, 거리에서 사업을 진행한 <마산여성회>. 한 회원이 피아노학원이었던 곳을 선뜩 내놓은 덕분에 공간이 생겼지만 작게 나눠져 있어 공간을 활용하기가 힘들었다. 그런데 마침 시설개선사업에 선정되어 고민해결에 새롭게 변신까지. 마을 아이들에겐 도서관이자 아지트, 마을 주민에겐 사랑방, 활동하는 회원들에겐 새로운 기획을 궁리하는 공간이 될 것이라며 기대가 크다. 공간 이름을마녀와 깨비라고 지었는데, 엄마는 강한 존재 마녀처럼 독립적인 존재로 부활하고, 아이들은 도깨비처럼 신나게 놀면서 자라야 한다는 의미라고 한다. 회원들이 그 공간에서 마녀처럼 빗자루 타고 씽씽 날아다니며 어떤 일을 벌일까?

 

 

바램, 상처받은 마음이 편히 쉴 수 있는 공간

<새길공동체양지터>의 아이들은 화장실이 불편하다. 세면대가 없거나 있어도 낮아 바닥에 세면도구를 놓고 씻어야 한다. 거기다 파손된 타일과 곰팡이로 청결하지 못한 환경에 노출되어 있다. 하지만 큰 문제는 문이 아귀가 맞지 않아 삐거덕거리고 잠금장치가 고장 나 있어 가뜩이나 예민한 아이들이 더욱 불안해한다는 것이다. 양지터 김화정 대표는 화장실이 알록달록 예쁘고 편안한 공간으로 바뀌면 폭력에 상처받은 아이들에게 조금이나마 위로가 되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다.

 

 

바램, 상처가 회복되는 공간에서 서로 나누는 공간

“뜻밖에 행운이었어요. 혹시 무르면 어떡하지. 걱정이 들 정도로 기뻤어요.”

<인권희망강강술래> 김도희간사는 몇 번의 고배를 마시고도 또 공모, 결국 선정되어서 처음에는 믿기지 않았다. PC방이었던 교육장은 담배자국과 진으로 지저분하다. 공간이름희망뜰에 걸맞게 변신할 기회가 주어져 행복하다.

 

“이 친구들은 지금 사는 환경도 열악하고, 과거환경도 열악했어요. 그래서 이제 새로운 삶을 위해 전환하는 기점에 있는 이 공간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특히 교육실은 자활을 위해 지역사회와 연계 하는 프로그램이 많은 공간이에요. 내가 일하는 공간이 깨끗하고 환해지면 새롭게 시작하는 이 일이 힘들지만 해 낼 수 있다는 자신감도 생길 거예요. 그러면 일하는 즐거움도 느낄 수 있죠.”

 

3월부터 하고 있는 성매매피해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청소년 성장캠프도 여기서 할 생각이라고 한다. 그래서 더욱 기대에 부풀어 있다.

 

 

변화된 공간에서 즐거워하는 어른과 아이들

쾌적해진 화장실에 만족해하는 여성들  


 

바램이 모여 세상을 바꾼다

희망살림터’, ‘사랑방’, ‘꿈터’, ‘마루라는 이름을 달고 각각 그에 맞는 공간이 하루빨리 생기길 고대하는 <안양YWCA>. 입소한 어머니들과 아이들이 쉬면서 이야기를 나누고 교육도 받을 수 있는 공간을 원했던 <경주애가원>. 그리고 치유와 안정에 화장실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쾌적하고 환하게 달라진 모습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는 <순례자의 집>까지. 이번에 선정된 모든 단체를 보면서 취재차 방문한 <인권희망강강술래> 입구에 소박하게 걸려있는 선언문이 떠올랐다.

 

‘너와 내가 평등하게 만났습니다. 같지만 다른 서로의 차이를 인정하며 소통합니다. 늘 깨어있기 위해 스스로 깨닫고 서서히 변화를 이루어 냅니다. 우리는 서로의 성장을 축하하며 함께 날아오릅니다.’

 

이처럼 서로 다른 모습이지만 같은 바램으로 이 사회를 든든하게 바꿔가고 있는 것이다. 그 곁에 Happy Bath, Happy Smile, ARITAUM in U가 함께하고 있다.

 

 

 

한국여성재단과 아모레퍼시픽복지재단이 함께하는

Happy Bath, Happy Smile, ARITAUM in U 시설개선사업

한국여성재단은 지난 2009년부터 아모레퍼시픽복지재단의 후원으로 여성생활, 이용시설 및 비영리 여성단체의 열악한 시설을 개선하고, 지역 내 소통할 수 있는 여성 대안공간을 창출하는 시설개선사업을 지원하고 있다.

 

 

 

이효경(고곰세)

고곰세는 세상과 소통하는 글, 삶을 가꾸는 글쓰기를 지향한다.

 

 

 

Posted by 한국여성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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