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여성회 연제지부 <어울마당> 은 생명보험사회공헌위원회·한화생명 후원으로 한국여성재단이  '2013 안전안심 우리동네' 사업으로 지원하는 입니다. 

 

 

 

아이들이 하고, 엄마들이 하는

 

 

<공동체의 재발견 19>

부산여성회 연제지부 어울마당

주부들 육아모임서 태동… 자녀도 마을도 함께 키우는 '큰 울타리'

 

 

<부산 연제구 연산9동 육아공동체 '부산여성회 연제지부 어울마당'회원들이 '어울마당 어린이잔칫날' 현수막을 들어 보이고 있다.

곽재훈 기자 kwakjh@kookie.co.kr



# 8년 전 유치원생 엄마들 뭉쳐

- 회원 17명 결성, 현재 100여 명
- 다양한 학부모 모임, 교육활동
- 맞벌이 가정 위한 돌봄교실 운영

# 육아 공동체서 마을 공동체로
- 우리동네 도서관 떠들어도 무방
- 마을가게 '소풍' 수공예품 등 판매
- 통기타 등 각종 전문강좌도 마련

'부산 아지매들은 강하다'. 부산여성회 연제지부 어울마당은 이 말이 딱 어울린다. 2005년 어울마당의 시작은 같은 동네 유치원에 자녀를 보내는 엄마 17명의 모임에서 비롯됐다. 현재는 그 아이들이 초등학교 고학년, 중학생으로 훌쩍 자랐다. 8년이라는 세월이 흐른 만큼 어울마당 아지매들은 육아 모임에서 살기 좋은 마을 만들기로 영역을 넓혀 주변을 조금씩 바꿔가고 있다. 현재는 엄마 회원이 100여 명에 달할 정도로 덩치가 커졌다.

지난 6일 오후 연제구 연산9동 토곡지구대 인근 금덕상가 3층에 있는 어울마당을 찾았다. 건물 외벽에는 '우리 동네 도서관' '커피가 있는 마을가게 소풍(이하 소풍)' 같은 여러 상호의 간판이 반기는 듯 했다.

■ 우리 손으로 함께 자녀 키우는 공동체

   

<어울마당 엄마들이 '마을기업 소풍'에서 차를 마시며

  담소를 나누고 있다. 소풍은 마을 주민이 직접 물건을

  만들고 판매하는 사랑방 같은 곳이다.>

우선 어울마당은 좋은 엄마, 아빠가 되기 위해 다양한 학부모 모임과 교육·실천활동을 하고 있다. 토곡 좋은 엄마모임과 토곡 좋은 아빠모임은 어울마당의 모태나 다름없다. 토곡 좋은 엄마모임은 아이와 함께 다양한 소모임 활동을 통해 공동체 의식을 높이고 지역주민의 정을 나누고 있다. 황금똥(0~5세), 엄마똥·애기똥(6, 7세), 보조가방(초등 1년), 어깨동무(초등 2, 3년), 돌담지기(초등 4년), 우솔(초등 5년)의 자녀 학년별 모임을 하고 있다. 또 월별 학부모 교육, 예비 학부모 교실, 성평등 가족문화 만들기 같은 다채로운 학부모 강좌를 연다.

토곡 좋은 아빠모임은 어울마당의 든든한 버팀목이다. 엄마모임의 영원한 서포터즈이자 지역 아빠들의 건강한 쉼터 역할을 한다. 주요 활동은 통기타 동아리 등 소모임, '아빠 어디가'의 원조 격인 아이와 함께하는 야외캠프, 새해 배산 등반 등이 있다. 주형영 어울마당 회장은 "처음에는 아이들하고 의미 있는 일을 하면 좋겠다 라는 단순한 생각에서 동네 엄마들과 시작했는데 이렇게 판이 커질 줄은 몰랐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맞벌이 가정의 자녀를 위한 '돌봄교실'도 운영하고 있다. 부산여성회와 한국여성재단이 아이에게 안전한 돌봄 공간을 마련해주려고 함께 시작했다. 돌봄교실에는 유치원생부터 초등 3학년생까지 10여 명이 참여하고 있다. 아이가 알아서 자신의 규율을 잡는다. 나이가 많은 친구가 어린 동생을 돌봐주고, 놀이과정 속에서 나름의 질서를 배우는 식이다. 안은숙(여·44) 돌봄교사는 "도시형 돌봄이라는 표현이 맞을 것 같은데 우리 아이들이 엄마 아빠가 직장에서 돌아올 때까지 학원 뺑뺑이를 도는 것이 아니라 자유롭게 머물 수 있는 곳을 만들고 싶었다"고 말했다. 안 교사는 "동네 아줌마들이 늘 함께 있으면서 돌봐주는 시스템이라 CCTV가 필요 없다"고 말했다. 여러 회원이 돌아가며 요리, 하모니카 연주 같은 품앗이 수업을 한다. 또 이곳에는 TV 휴대전화 컴퓨터가 없다.

■ '우리 동네 도서관'으로 '소풍' 떠나요

어울마당 공간(297㎡)은 크게 세 곳으로 나뉜다. '우리 동네 도서관'과 그 사이에 위치한 작업실 그리고 '소풍'이다. 아이를 생각하는 엄마의 정성스러운 손길이 모든 공간에 스며 있다.

2008년 문을 연 우리 동네 도서관은 엄마에게 자신과 아이를 위한 교육 공간이자 아이에게는 책과 함께 놀 수 있는 놀이터. 매년 초읍 시민도서관에서 새 책 50권을 지원받는 것을 빼면 후원이나 기부는 없다. 각 회원의 집에 있는 동화책이 모여 도서관이 탄생했다. 도서관에서 가장 눈에 띄는 점은 의자가 없다는 것. 좌식형 테이블 몇 개만 놓여 있다. 아이가 앉거나 누워서 편하게 책을 읽을 수 있게 했다. 우리 동네 도서관에서만 볼 수 있는 색다른 풍경도 있다. 엄마가 만든 욕조 안에 들어가서 아이가 책 읽는 모습이다. 다른 도서관과 달리 떠드는 것도 허용된다. 아이가 큰 소리를 내도 눈치를 주는 사람이 없다.

소풍은 2011년 연제구 마을기업으로 선정됐다. 이곳은 마을 주민이 직접 물건을 만들고 판매하는 동네 사랑방 같은 곳이다. 1년6개월 전부터 마을기업의 지원을 받지 않고 있다. 소풍에서는 수공예품(리본 핀, 톨페인팅 작품) 친환경 생활용품(황실 때 타올, 천연모기퇴치제, 수세미) 안전한 먹거리(지리산 벌꿀, 참기름, 생협 과자) 커피를 판매한다. 또 옷 신발 가방 같은 기부받은 재활용품을 판매하는 나눔가게도 운영 중이다. 생일 잔치를 비롯한 단체모임을 위한 공간도 저렴하게 빌려준다. 배움터 역할도 한다. 어울마당 회원이 다른 회원을 직접 가르치는 통기타 리본공예 요가 같은 전문강좌를 마련한다. 이 밖에 아이에게 경제 개념을 심어주는 가족 벼룩시장도 1년에 4차례 열고 있다. 


# "서비스만 누리면 안돼…모두 주인되는 공동체가 목표"

- 어울마당 운영방향

"어울마당은 마을주민의 서비스센터가 아닙니다."

이날 사무실에 모인 회원 10여 명은 이구동성으로 이렇게 말했다. 초창기에는 모든 회원이 주도해서 일을 함께했지만 사무실이 정착되면서 일부 회원이 만들어놓은 밥상에 숟가락만 얹는 모습으로 바뀌는 경향을 꼬집은 것이다.

방점남(여·42) 씨는 "문화교실을 이용하듯 자기가 필요한 부분만 쏙 가져가는 현상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하지만 예외도 있다. 박미숙(여·39) 씨는 지난해 회원으로 가입해 현재 운영위원까지 맡았다. 박 씨는 어울마당에서 톨페인팅, 리본공예 강사이다. 박 씨는 "엄마학교라는 프로그램에 참여하다 여기까지 흘러왔다"고 웃으며 말했다.

주형영 부산여성회 연제지부장은 "회원이 주인으로 성장하는 돌봄 공동체가 되는 것이 앞으로의 방향"이라고 밝혔다. 주 지부장은 "처음에는 많은 사람이 어울마당에서 제공하는 서비스를 누리려고 오지만 다양한 활동을 통해 공동체의 든든한 버팀목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 "이웃과 인사로 안전한 마을 함께 만들자"

- 어린이날 행사서 주제로 정해
- 몇가지 수칙 담은 팸플릿 만들어
- 학교 앞 먹거리·교통안전도 점검

"아이들이 안전해 엄마들이 안심하는 우리 동네 함께 만들어요."

어울마당은 지난 5일 어린이날을 맞아 '어울마당 어린이잔칫날' 행사를 개최했다. 이날 행사의 주제는 '인사하는 마을, 안전한 마을'이었다. 어울마당이 생각하는 안전한 마을은 아는 언니 오빠 아저씨 아줌마 등 아는 사람이 많은 곳. 이렇게 서로 얼굴을 알고 지내는 이웃이 많은 것에서부터 출발한다고 믿고 있다. 안전한 마을은 누군가 만들어주는 것이 아니라 마을 구성원 모두가 함께할 때 만들어진다.

수칙은 간단하다. ▷아이들의 이름을 불러주며 인사하세요 ▷어른들께 안녕하세요 하고 소리내어 인사하세요 ▷이웃에게 먼저 환한 미소로 인사하세요 ▷반가운 마음으로 존중하는 마음을 담아 인사하세요. 이 같은 수칙을 담은 팸플릿을 만들었다. 한 손에 쏙 들어오는 크기다.

이와 함께 우리 마을 안전망도 안내하고 있다. 미술학원, 태권도, 연산토곡지구대, 연산9동 주민자치센터와 긴급전화 등 아이가 도움이 필요할 때 연락할 수 있는 곳이 소개돼 있다.

이처럼 엄마는 안전한 마을을 만들기 위해 발 벗고 나서고 있다. 학교 앞 문방구에 어떤 먹거리를 팔고 있는지 일일이 찾아다녔고 인터넷을 뒤져 성분 분석도 했다. 또 몇 년 전 초등학교 앞에서 발생한 어린이 교통사망사고의 개선점을 찾기 위해 연제경찰서와 학교 관계자를 만나 건의도 했다. 또 직접 설문조사를 하러 다니기도 했다. 그 덕분에 초등학교 앞에 신호등이 추가로 설치되는 성과를 거뒀다.

박혜숙(여·42) 회원은 "낯선 사람들의 접근을 막는 방법을 교육하는 등 아이들이 스스로 안전에 대해 생각할 기회를 주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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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미희 기자 maha@kooje.co.kr

Posted by 한국여성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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