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어느 봄날,
날씨도 좋고 온 세상이 노랗고 붉은 꽃들로 장식을 하고 있을 즈음 내 마음은 우울하고 먹구름만이 가득했다.

 

나는 보통사람의 삶을 살아가기라 생각했는데 생각지도 않게 서른아홉이 되던 때 1남1녀를 둔 이혼녀가 되었다. 앞이 캄캄했다. 가정불화속에 사춘기를 맞이해서인지 아이들도 뜻대로 되지 않고 뭐하나 삶 속에서 즐거움을 찾을 수 없었다. 한 달 월급 90여만 원으로 생활이 어려워 망설임 끝에 용기를 내어 아이들을 설득해 읍사무소에 가서 모자가정 등록을 했다. 아이들이 처음엔 급식비 지원 신청을 창피해 했지만 우리 집의 경제사정을 설명하고 설득하니까 차츰 받아 들였다.

 

아이들이 커갈수록 교육비도 많이 부족했고 집 전세금도 올려줘야 하는데 금융권 어디에도 나에게 손을 내밀어 주는 곳이 없었다. 고심 끝에 찾아간 읍사무소에서 ‘여성가장 긴급지원 캐쉬SOS사업’에 대한 정보와 함께 천안여성의전화를 소개해주었고, 이곳에서 부족한 전세금을 마련하고 서로에게 위안이 되는 친구들을 만났다.

 

나보다 몇 배 더 어려움 속에서 늘 밝은 모습으로 살아가는 여성가장들을 보면서 나 자신을 되돌아본다. 한 달에 한 번씩 회원들과의 만남이 너무너무 기다려지고 말 한마디가 위안이 된다. 살아가면서 제일 후회스러웠던 것은 나 자신을 개발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시작이 반이다’ 라는 말을 되뇌이며 의류수선을 배우고 있다. 기술을 배우면 창업도 꿈꿀 수 있고 몇 년 뒤 지금보다 나은 삶이 되리라 확신하다.

 

얼마 전 우연치 않게 한국여성재단에서 진행하는 ‘100인기부릴레이’에 적은 액수나마 기부를 하였는데 ‘100인기부릴레이 감사 및 영화상영회’에 초대를 받아 참석하였다. 이곳에서 본 ‘할머니와 란제리’ 속의 할머니는 많은 나이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삶에 당당한 너무도 멋진 모습이었다. 영화 속 할머니를 통해 나 또한 지금보다 더 멋진 나의 삶을 꿈꿀 수 있게 되었다.

 

의류수선과 홈패션 등을 배워 창업하는 것, 생각만 해도 가슴이 뛴다. 지금 배우고 있는 홈패션, 수선리폼이 너무 즐겁다. 가방, 앞치마 등을 만들고 있는데 천안여성의전화 회원님들이 작품을 사주시고 홍보도 해주셔서 너무 감사하다. 더욱더 열심히 배워서 언젠가는 내 작품이 전국에 더 많은 여성들이 들고 다니길 바란다. 그리고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고 싶고 돈도 많이 벌어 창업도 하고 싶다.
그리고 나로서 충분히 당당한 삶을 살 것이다.

 

김윤호 (천안여성의전화 캐쉬SOS 대출자)

 

Posted by 한국여성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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