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10월 23일부터 30일까지 태국에서 진행되었던 ‘결혼이주여성과 그 가족들의 친정방문 날자 프로젝트’에 동참할 수 있었다. 지도교수의 위치에서 대학생 서포터즈들과 함께한 그 시간은 대학생들 못지않게 내게도 다양한 관찰과 생각, 느낌의 계기들을 마련해 주었다. 매 순간 강렬했던 경험들을 일일이 다 나열할 수는 없을 것이다. 중요한 것은 그 모든 경험들의 중심에는 ‘공동체’에 대한 질문, 즉 윤리적 감수성에서 출발하는 ‘나눔’에 대한 질문이 있었다는 사실이다. 결혼이주여성들이건 남편을 포함한 그 가족들이건, 활동가들이건 ‘날자 프로젝트’에 참여한 사람들은 거의 모두 한결같이 어떤 감동, 새로운 느낌, 변화의 과정을 이야기한다. 물론 이 과정은 프로그램이 종료된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전개되는, 어떤 미래적 형태를 잉태하는 과정이다. 한국인 남편들은 말도 통하지 않고 음식이나 기후, 일상적 소비 등 삶의 조건이 다른 곳에 가서 전적으로 타자의 호의나 환대에 ‘의존’해야 하는 이방인의 처지를 깨닫게 되고, 아이들은 엄마의 고향에 가서 문득 엄마의 유년기를 마주치게 된다. 사촌들과 깔깔거리고 놀면서, 할머니 할아버지의 깊고 달콤한 사랑을 받으면서 어머니 나라의 문화를 이해하는데 언어는 결코 장벽이 될 수 없음을 증명해 보인다. 활동가들은 또한 다문화 공생은 다양한 문화적 특성을 간직하고 있는 장소들의 공생임을 깨닫는다.

 

장소는 사람을 만들고 사람은 장소를 새롭게 형성한다. 장소는 문화의 일상적 실천들이 일어나는 곳이고, 그 실천들이 사람들 사이의 관계와 각 사람들의 문화적 정체성을 만든다. 한국사회가 지향하는 다문화 공생은 결혼이주여성들의 삶이 펼쳐졌던 그 장소들을 기억하고 일시적 소비나 호기심의 차원이 아닌 공감과 소통의 차원에서 이해하고 만나는 노력을 포함해야 한다. ‘날자 프로젝트’는 이러한 노력의 생생한 현장이고 그만큼 다층적인 의미의 층들을 미래지향적으로 품고 있다. 특히 이러한 면모는 이번에 처음으로 ‘날자 프로젝트’에 도입된 대학생 서포터즈에서도 잘 드러난다. 태국에서 돌아온 뒤 학생들은 자신들의 경험을 스스로 되새겨 보는 한편 각자의 경험을 공유하는 시간을 갖게 되었는데, 이때 가장 자주 언급되었던 것은 시각의 변화였다. ‘날(Now the Answer is Love)자’는 대학생 서포터즈들에게도 ‘꿈꿀 권리’를 실현하는 새로운 날갯짓의 시작이었으며, ‘태국’이라는 아시아의 한 지역을 가능한 왜곡되지 않은 태도로 만나고자 노력한 진정성의 시간이었으며, 특히 다문화 공생과 관련해 '사랑은 필연이라는 것, 대답은 바로 사랑에 있다는 것‘을 체현된 느낌으로 인식할 수 있는 계기였다.

 

 

 

이들 중에는 벌써 자신의 대학에서 열린 새 시대 아젠다 발굴 대회에서 ‘다문화사회’에 대한 발표로 수상한 학생도 있을 정도로 ‘날자 프로젝트’의 경험은 이들 삶에 직접적인 흔적을 남기고 있다. 분명한 것은 이제 이들이 많은 질문들과 대면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이들은 “그리고 그 과정에서 아이러니하게도 많은 것을 알게 되었는데도 불구하고 대답할 수 있는 것보다 물어봐야 할 것이 더 많아졌다. (이주여성들의) 인권을 보호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인지, 혹시 우리는 우리의 잣대로 그들의 ’좋은 삶‘을 기준 지어버리는 것은 아닌지, 그렇담 내가 현재의 위치에서 해야 할 것은,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인지, 사회에서는 선입견을 없애기 위해 어떤 식으로 다문화교육이 이루어지는지... 많은 물음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졌다”고 고백하는가 하면, “모두가 제자리로 돌아온 현재에도, 나는 우리가 잠시나마 쏟아 부었던 앙가주망이 ‘꿈꿀 권리’라는 터널 저 끝의 빛으로 향하는 작은 보폭이었음을 믿는다. 이 작은 시작이 출발점이 되어 모두가 공존하고 화합하는 장으로 우리를 이끌 것이다. 이 소중한 기회에 한국여성재단에 다시 한 번 큰 감사를 전하며, 차후 이어질 2기 3기의 서포터즈들에게 첫 번째 ‘날자 지킴이’로서 나는 디딤돌과 같은 도움이자 지지대이고 싶다”고 스스로에게 보다 의미심장한 기대와 희망을 실어보내기도 한다. 면접날부터 시작된 ‘날자 프로젝트’의 경험은 앞으로 이들이 한국사회의 책임 있는 시민으로서, ‘아시아의 친구들’로서 활동할 때 지속적인 힘을 발휘하는 효소의 역할을 할 것이다. 이들이 직접 ‘서포터즈’로 돌봄의 노동을 수행하며 그 의미를 알아가는 한편 또 새롭게 질문하면서 만들어나간 ‘서포트/서포터즈’의 현재형과 미래형이 분명 한국사회와 아시아를 지금과는 다른 공동체로 변화시키 지 않을까.

 

 

김영옥 (이주여성인권포럼 대표 / 날자대학생서포터즈 지도교수)


Posted by 한국여성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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