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녀라는 말을 들으면 우리는 대개 요상한 주문과 함께 지팡이를 휘두르며 사람들을 해코지하는 모습을 떠올린다. 특히 아이들과 함께 있는 모습은 상상만 해도 오싹하다. 그런데 여기 마녀들이 있어 신나고 즐겁다는 아이들이 넘쳐나는 곳이 있다. 바로 <마산여성회>가 운영하는 <마녀와깨비 마을학교>이다. ‘마산여자의 줄임말인마녀 <마산여성회> 회원들을 의미한다. 이들에게 지금 마법 같은 일이 일어나고 있다.

 

희망과 설렘이 가득한 공사현장

 

 

칸막이 철거 작업(8 28)

철거완료 후 본격적인 공사시작 전( 91)


“쿵…쿵… 툭툭 쿵슥슥삭삭 후두둑

마법주문 대신 망치소리와 톱질소리가 요란하다. 마산시 대동한마음 아파트 단지 내 상가에 공사가 한창이다. 복도에는 기존 내부 시설물을 철거하면서 나온 폐자재를 담아 놓은 자루들이 수북하다. 한 걸음 걸을 때마다 뿌옇게 먼지가 솟아오른다. 하지만 공사현장을 둘러보는 <마산여성회> 활동가들의 얼굴에 흥분과 설렘이 가득하다.

 

“와, 이렇게 넓은 곳인 줄 몰랐어요. 생각보다 훨씬 넓어요.”

“피아노 레슨실이 여러 개의 칸막이로 되어 있어 좁아 보였을 겁니다. 그러다 보니 폐자재가 많네요. 이제부터 급수 공사, 전기 공사, 개수대 설치, 신발장 등의 목조 공사가 시작되고요. 추석이 끼여 있어 완공은 원래 계획보다 늦어 질 것 같습니다.”

공사를 맡은 아모레퍼시픽 협력사 대표가 작업일정에 대한 설명을 해준다. 8 28일 시작한 이 공사는 9 24일 완공된다. 공사가 끝나면 이 공간은 <마산여성회> 사무실이자 마을 사랑방마실과 상상이 된다.

 

“책상과 의자를 두지 않을 거예요. 바닥에 앉아서 이야기도 나누고 책도 보고 놀기도 하고다양한 용도로 사용하고 싶어요. 그래서 바닥에 전기 온돌패널을 깔기로 했어요.”

타일대신 장판을 깔고, 책상과 의자대신 앉은뱅이 탁자와 방석이 있는 공간은 보통의 사무실 모습이 아니다. 시설개선사업에서도 흔한 일은 아니어서 여러 번의 실사와 협의를 거쳐 가능해졌다.

 

 

 벽면을 채운 책장(9 13)

 빔프로젝터 설치(9 13)


 

마법처럼 시작된 시설개선지원

2006년 창립한 <마산여성회>는 여성이 행복한 마산 만들기를 모토로 아이들을 위한 마을학교, 행복마을문화제, 공부방 지원 등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다. 그 동안은 자체 공간이 없어 마산 시내 거리와 도서관, 카페, 회원들의 집을 전전하며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경남여성회> 성폭력상담소와 함께 사용하는 사무실이 있지만 상담소 중심이라서 프로그램 운영에 적합하지 않았고 혹여 내담자들에게 불편을 줄까 조심스러웠다. 회원들이 십시일반 돈을 모아 사무실 공간을 마련하려고 했지만 쉽지 않았다. 그러다가 한 회원이 피아노 학원으로 사용하던 상가를 최소의 임대비용으로 내어 주었고 한국여성재단과 아모레퍼시픽복지재단의 도움으로 내부 공사를 하게 되었다.

 

“회원들이 거리를 헤매며 활동하는 상황에 많이 지쳐있었는데 시설개선사업의 지원을 받게 되었어요. 지원서를 내면서 될까 싶었는데 저희들의 처지와 열정을 알아봐주셨다고 할까? 절실한 마음이 통했나 봐요.”

 

행복 공간으로, 수리수리 마하수리 얍!

 

<마실과 상상>의 완공을 기다리는 김경영 대표와 하영란 마을학교장의 설렘 가득한 모습 


아직은 먼지, 나무 조각과 공구들이 흩어진 공사장인데도 김경영 대표와 하영란 마을학교장에게 계획을 묻자 할 말이 봇물처럼 쏟아진다. 아이들이 걸어서 갈 만한 곳에 도서관이 없는 지역이니 이 공간의 우선적인 역할은 마을도서관이다. 하지만 마을도서관의 기능이 다가 아니다. 학교를 마친 아이들이 편안하고 안전하게 놀거나 쉬기도 하고, 햄버거 가게 대신 이곳에서 아이의 생일 파티를 하고, 동네 엄마들이 바느질 고수를 모셔놓고 바느질을 함께 하고, 할머니들은 요가를 하고, 지역 명망가들의 도움을 받아 인문학 공부를 하는, 그야말로 마을 사랑방을 꿈꾼다. 모두 하고 싶었지만 할 수 없었던 일들이다. 당장은 10월 개소식과 더불어 지금껏 거리에서 했던 행복마을 문화제를 할 계획이다.

 

“먼저 애들과 여성들이 행복해야 된다고 생각해요. 그래야 가족이 행복하고 마을도 행복해지는 거죠. 상업성에서 벗어나서 소소한 일상에서 행복을 찾는 여러 가지 일을 궁리하고 실천하는 공간으로 확장할 거예요. 할 수 있는 일이 많아졌어요.”

 

<마산여성회> 외에도 여성의 행복을 꿈꾸는 7개 단체의 공사현장에서 많은 사람들이 땀을 흘리고 있다. 공사가 끝나면 서로를 돌보고 상상력과 꿈을 펼칠 수 있는 여성들의 공간이 만들어진다. 마법처럼 말이다.

 

 

한국여성재단과 아모레퍼시픽복지재단이 함께하는

Happy Bath, Happy Smile, ARITAUM in U 시설개선사업

한국여성재단은 지난 2009년부터 아모레퍼시픽복지재단의 후원으로 여성생활, 이용시설 및 비영리 여성단체의 열악한 시설을 개선하고, 지역 내 소통할 수 있는 여성 대안공간을 창출하는 시설개선사업을 지원하고 있다.

 

 

송재금(고곰세)

고곰세는 세상과 소통하는 글, 삶을 가꾸는 글쓰기를 지향합니다.

 

 

Posted by 한국여성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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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램, 여럿이 함께하면 현실이 된다

2014[Happy Bath, Happy Smile, ARITAUM in U] 사업 이야기

 

 

“심장이 바운스! 바운스! 흥분의 도가니였지요.”

선정되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청주여성의전화> 송규란 활동가는 그랬다.

“믿겨지지 않아요. 절박함이 통했던 것 같아요. 우린 절실했거든요.”

<함께하는주부모임> 박다연 간사도 마찬가지다. 이처럼 시설개선사업선정은 공모한 여성단체들이 학수고대했던 일이다. 요새, 공간을 개방할 테니 와서 이용하라는 말을 여기저기 자랑처럼 하고 다닌다. 그리고 그 공간에서 어떤 일을 벌일까, 궁리하느라 시간가는 줄 모른다고.

 

 

2014 6월 한국여성재단과 아모레퍼시픽복지재단이 함께하는 Happy Bath, Happy Smile, ARITAUM in U 시설개선사업에 8개 단체가 선정되었다. 하나같이 평등, 배려, 나눔의 가치를 일궈가는 여성단체들이다. 하지만 그들이 일하는 곳은 아쉽게도 대부분 오래되고 열악하다. 그래서 시설개선사업에 선정된 단체는 마음이 설렌다.  세상을 바꾸는 여성들의 공간이 안전하고 쾌적한 공간이 되어 더 많은 사람들과 더불어 꿈을 펼쳐갈 수 있기 때문이다.

 

 

'ARITAUM in U' 지원으로 변화된 공간의 모습

'ARITAUM in U' 지원으로 변화된 공간의 모습 


 

바램, 신나게 놀며 자라는 공간

자체 공간이 없어 그 동안 카페, 마을공원, 거리에서 사업을 진행한 <마산여성회>. 한 회원이 피아노학원이었던 곳을 선뜩 내놓은 덕분에 공간이 생겼지만 작게 나눠져 있어 공간을 활용하기가 힘들었다. 그런데 마침 시설개선사업에 선정되어 고민해결에 새롭게 변신까지. 마을 아이들에겐 도서관이자 아지트, 마을 주민에겐 사랑방, 활동하는 회원들에겐 새로운 기획을 궁리하는 공간이 될 것이라며 기대가 크다. 공간 이름을마녀와 깨비라고 지었는데, 엄마는 강한 존재 마녀처럼 독립적인 존재로 부활하고, 아이들은 도깨비처럼 신나게 놀면서 자라야 한다는 의미라고 한다. 회원들이 그 공간에서 마녀처럼 빗자루 타고 씽씽 날아다니며 어떤 일을 벌일까?

 

 

바램, 상처받은 마음이 편히 쉴 수 있는 공간

<새길공동체양지터>의 아이들은 화장실이 불편하다. 세면대가 없거나 있어도 낮아 바닥에 세면도구를 놓고 씻어야 한다. 거기다 파손된 타일과 곰팡이로 청결하지 못한 환경에 노출되어 있다. 하지만 큰 문제는 문이 아귀가 맞지 않아 삐거덕거리고 잠금장치가 고장 나 있어 가뜩이나 예민한 아이들이 더욱 불안해한다는 것이다. 양지터 김화정 대표는 화장실이 알록달록 예쁘고 편안한 공간으로 바뀌면 폭력에 상처받은 아이들에게 조금이나마 위로가 되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다.

 

 

바램, 상처가 회복되는 공간에서 서로 나누는 공간

“뜻밖에 행운이었어요. 혹시 무르면 어떡하지. 걱정이 들 정도로 기뻤어요.”

<인권희망강강술래> 김도희간사는 몇 번의 고배를 마시고도 또 공모, 결국 선정되어서 처음에는 믿기지 않았다. PC방이었던 교육장은 담배자국과 진으로 지저분하다. 공간이름희망뜰에 걸맞게 변신할 기회가 주어져 행복하다.

 

“이 친구들은 지금 사는 환경도 열악하고, 과거환경도 열악했어요. 그래서 이제 새로운 삶을 위해 전환하는 기점에 있는 이 공간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특히 교육실은 자활을 위해 지역사회와 연계 하는 프로그램이 많은 공간이에요. 내가 일하는 공간이 깨끗하고 환해지면 새롭게 시작하는 이 일이 힘들지만 해 낼 수 있다는 자신감도 생길 거예요. 그러면 일하는 즐거움도 느낄 수 있죠.”

 

3월부터 하고 있는 성매매피해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청소년 성장캠프도 여기서 할 생각이라고 한다. 그래서 더욱 기대에 부풀어 있다.

 

 

변화된 공간에서 즐거워하는 어른과 아이들

쾌적해진 화장실에 만족해하는 여성들  


 

바램이 모여 세상을 바꾼다

희망살림터’, ‘사랑방’, ‘꿈터’, ‘마루라는 이름을 달고 각각 그에 맞는 공간이 하루빨리 생기길 고대하는 <안양YWCA>. 입소한 어머니들과 아이들이 쉬면서 이야기를 나누고 교육도 받을 수 있는 공간을 원했던 <경주애가원>. 그리고 치유와 안정에 화장실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쾌적하고 환하게 달라진 모습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는 <순례자의 집>까지. 이번에 선정된 모든 단체를 보면서 취재차 방문한 <인권희망강강술래> 입구에 소박하게 걸려있는 선언문이 떠올랐다.

 

‘너와 내가 평등하게 만났습니다. 같지만 다른 서로의 차이를 인정하며 소통합니다. 늘 깨어있기 위해 스스로 깨닫고 서서히 변화를 이루어 냅니다. 우리는 서로의 성장을 축하하며 함께 날아오릅니다.’

 

이처럼 서로 다른 모습이지만 같은 바램으로 이 사회를 든든하게 바꿔가고 있는 것이다. 그 곁에 Happy Bath, Happy Smile, ARITAUM in U가 함께하고 있다.

 

 

 

한국여성재단과 아모레퍼시픽복지재단이 함께하는

Happy Bath, Happy Smile, ARITAUM in U 시설개선사업

한국여성재단은 지난 2009년부터 아모레퍼시픽복지재단의 후원으로 여성생활, 이용시설 및 비영리 여성단체의 열악한 시설을 개선하고, 지역 내 소통할 수 있는 여성 대안공간을 창출하는 시설개선사업을 지원하고 있다.

 

 

 

이효경(고곰세)

고곰세는 세상과 소통하는 글, 삶을 가꾸는 글쓰기를 지향한다.

 

 

 

Posted by 한국여성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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