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여름, 베트남 외가 가족들의 사랑으로 아이들은 한 뼘 더 자랐습니다

[2015 다문화아동 외가방문 지원사업]

 

 

 

 

 

선선해진 바람이 반갑게 느껴지던 9월의 첫째 주 토요일.

 

높고 푸른 가을 하늘을 담은 듯 하늘색 티셔츠를 맞춰 입은 가족들 사이로 웃음꽃이 만발했다. 결혼 후 처음으로 자녀들과 함께 외가방문에 나선 한-베 다문화가정 23가족(87명)이 베트남 출국을 앞두고 있기 때문이다.

 

이른 시간이지만 어른부터 아이까지 피곤한 기색보다는 설레이는 표정이 역력했다. 사진으로만, 동화책으로만 만났던 엄마의 나라 ‘베트남’을 실제로 가본다는 사실에 아이들의 기대치는 이미 최고조이다.

 

“선생님한테도, 친구들한테도 베트남 할아버지 할머니 만나러 간다고 이야기했어요. 모두들 엄청 부러워했어요. 가면 외할아버지랑 오토바이도 타고 사진도 엄청 많이 찍을꺼예요”

 

1등으로 비행기를 탈꺼라며 희준이가 두 눈을 반짝이며 이야기한다.

 

 

 

 

올해로 9년째를 맞이한 ‘다문화아동 외가방문 지원사업’은 2007년부터 삼성생명과 생명보험사회공헌위원회의 후원으로 해마다 진행되고 있다. 2015년에는 약 60가족 211명이 신청, 이 중 출생 후 한 번도 외가를 방문한지 못한 다문화아동 23가족이 선정되어 9월 5일(토)부터 13일(일)까지 7박 9일 동안 베트남 하노이를 방문하게 됐다.

 

약 4시간 30분의 하늘 길을 달려 도착한 하노이 공항에는 손자, 손녀를 애타게 기다리며 일찌감치 마중 나온 외가가족들의 모습이 한 눈에 들어온다. 비록 말은 통하지 않지만 긴 기다림 끝에 만난 가족들의 눈빛에는 그리움과 반가움, 그리고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진한 가족애가 담겨있다.

 

 

 

그렇게 시작된 베트남 외가가족과의 5박 6일.

 

처음 만난 외가가족들과 어떻게 지내고 있을지 혹 외가가족들과의 생활이 어색하진 않을지 기대 반 걱정 반으로 방문한 이사라님의 외가. 환한 웃음으로 우리를 반겨준 이사라님과 외가 가족들, 그리고 인사할 틈도 없이 사촌들과 뛰어놀며 장난치던 이사라님의 아들 ‘성현’이를 만난 순간 걱정은 썰물처럼 사라졌다.

 

“아이들끼리 잘 놀아요. 윤아(이사라님의 딸)이는 베트남말도 할 줄 알아서 외할머니, 외할아버지하고도 이야기하구요 성현(이사라님의 아들)이는 삼촌들과 오토바이도 탔어요. 남편도 얼마나 인기가 많은지 조카들이 ‘이모부’하면서 남편 무릎에 앉고 책 읽어달라고도 해요”

 

낯선 외부인의 방문에도 마치 고향집에 온 딸처럼 하나라도 더 챙겨주시며 ‘손자 손녀를 만나 기쁘다’, ‘고맙다’는 인사를 반복하는 외가 가족들의 따뜻함 속에 손자 손녀를 향한 사랑이 듬뿍 담겨있다.

 

 

 

‘외가가족과 함께하는 오찬’을 마지막으로 외가가족과 아쉬운 작별의 인사를 나눈 뒤 다음날 진행 된 ‘엄마나라 문화체험’

 

한국의 한여름처럼 무더운 날씨였지만 엄마들은 아이들에게 보여주고 싶은 것도 알려주고 싶은 것도 너무나 많다. 처음 와 본 엄마 나라 ‘베트남’의 한 순간 한 순간을 아이들의 머리 속에, 가슴 속에 남겨 주고 싶기 때문이다.

 

“여기는 베트남에서 존경받는 호치민 주석의 묘야”

“여기는 하노이에서 정말 유명한 시장이야. 우리 민아가 좋아하는 장난감도 팔고 예쁜 옷도 팔고..여기 가면 다 볼 수 있어”

“베트남은 오토바이가 정말 많지? 엄마도 베트남에서 살때는 오토바이를 타고 다녔어”

 

스치는 풍경 하나하나 엄마들의 이야기 보따리가 쏟아진다.

 

 

 

그리고 어느덧 아쉬운 마지막 날.

베트남에서 외가가족들과 함께한 시간들을 되돌아보며 아이들은 자랑하고 싶은 것도, 하고 싶은 말도 많다.

 

“외할아버지랑 오토바이를 탔어요. 5번 탔는데 처음 탔을 땐 떨어질까 봐 무서웠는데 타보니까 재미있었어요. 외할아버지 참 좋아요.”

“외갓집 가서 외가 식구들하고 사진 찍었는데 제일 좋았어요.”

“외할머니네 가서 같이 차를 타고 바닷가 가서 같이 놀았어요. 또 가고 싶어요.”

“베트남에서 정말 정말 좋았어요. 나중에 또 오고 싶어요.”

“사촌이랑 삼촌들이랑 만나게 해주셔서 감사해요. 정말 좋았어요”

“베트남말 쪼금 할 줄 알았는데 더 배워서 다시 꼭 올꺼예요.”

 

엄마가 성장하고 생활했던 환경을 가족들이 모두 함께 체험하며 가깝지만 먼 나라였던 베트남이 어느새 아이들에게 소중하고 자랑스러운 나라가 되어 있었다. 이렇게 23가족 44명의 아이들은 올 여름 베트남에서의 소중한 추억을 바탕으로 글로벌 리더로서 한 뼘 더 성장해나가고 있었다.

 

 

 

  2007년 <결혼이주여성과 가족들의 친정방문 프로젝트>로 시작하여 2013년 <다문화아동 외가방문 지원사업>으로 미래지향적 변화를 거듭해온 본 사업은 단순한 외가방문을 뛰어 넘어 가족 간의 문화적 차이를 극복하고 부모-자녀 간의 바람직한 상호 작용의 계기를 마련함으로써 우리사회 중요 구성원으로 급부상하고 있는 다문화가정의 건강한 성장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Posted by 한국여성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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