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여성들은 왜 마을로 갔나 3 여성비혼공동체 비비_딸들에게희망을 소식지 2015년 4호
서로의 성장을 돕는 비혼공동체 비비
2015년 <변화를 만드는 여성리더지원사업>에 선정된 김란이님은 전주 비혼여성공동체 비비(비혼들의 비행)에서 활동중이다. 비비를 방문한 때는 마침 점심 무렵, 상근하고 있는 김란이, 이미정, 이효연님이 정성껏 집밥을 차려주었다.
결혼 말고 비혼
2003년 전주여성의전화 소모임으로 시작했을 때만해도 이렇게 오랫동안 함께 할 줄은 몰랐단다. 김란이님은 삶의 선택지가 결혼이 아닌 어떻게 살 것인가를 고민하던 사람들이 눈에 들어왔다. “노는 게 좋았어요. 함께 맛있는 음식 먹고 회비 모아 명절에 해외여행하고. 결혼 안해도 자유롭고 즐겁게 사는 자유로운 영혼들이었죠.” 그 모습을 부럽게 바라본 여성들, 공동체를 연구하는 사람들에게 비비는 꽤 알려졌다.
지금 자기 삶에 대한 고민이 있는 사람들이 서로를 알아봤다. 그래서 같이 모여서 공부도 하고 직장생활로 인한 스트레스도 풀고 서로의 성장을 위해 리더십도 배우며 오랫동안 지내왔다. 너는 왜 결혼안하니라는 계속된 질문속에서 30대의 끝을 보낼 무렵 서로 성장하며 노인이 될 미래까지 함께 하자했다. 같은 아파트에 각각 입주하고 있던 6명은 2010년 1인 가족 네트워크 공동체의 구성원이 되기로 하고 공간 비비를 마련했다.
“이곳은 여성들을 위한 공간이에요. 상상하고 하고 싶은 걸 하는 곳이요.” 비비를 지키는 3명. 요가강습을 맡고 있는 이미정님, 바리스타답게 맛있는 커피를 내려주었다. 그 역시 고민중에 내린 결정이 비비였고 비비에 기여할 수 있는 부분이 뭘까 생각하다가 월수금 아침에 요가수업을 하고 있다. 글쓰기를 하는 이효연님, 그리고 걷기소모임, 공동체상영하기, 타로 강좌 그리고 비비를 소개하는 대표 인터뷰이 김란이님이 상근중이다.
비비는 성장하는 곳
비비는 한쪽 벽면에 넓은 유리창, 오래된 스테디셀러에서 신간까지, 소설, 시, 만화, 여성학 등 다양한 종류의 책들이 책장을 메우고 있다. 책읽기 귀찮으면 창밖을 그냥 바라볼 수도 있고 간단한 음식을 함께 차려먹을 수 있는 싱크대와 냉장고, 다양한 소모임이 일정표를 채우고 있다.
이 공간을 유지하기 위해 각자의 수입은 다 비비로 모아진다. 적으면 적게,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의논해서 지출한다. 서로에게 위기는 없었을까? “사실 취향이 다 달라요. 그런데 회사는 자신이 맡은 부분만 해내면 되는 곳이지만 이곳은 생활이 있는 곳이잖아요. 서로의 취향과 취미가 다르다는 것을 인정하는 과정, 서로를 바라봐 줄 수 있는 개인의 성숙함이 필요한 곳이에요. 안 좋은 점 보다는 그 부분을 상쇄시킬 수 있는 좋은 점을 찾는 과정이기도 하고.” 오랜 직장생활 끝에 비비에 정착한 효연님은 회사 다닐 때 알지 못했던 배려와 이해의 과정을 겪으며 성장하고 있다고 했다.
지속가능한 비비를 위하여
‘우리가 원하는 방향으로의 삶을 함께 시도해보고 도전을 같이 할 수 있는 사람이 있다는 것이 행운이었다’는 란이님, 처음 공간의 문을 열고나서도 회원확대를 위해 고민이 깊진 않았다. 비비가 커지기보다는 제2, 제3의 비비가 많아졌으면 했는데 안타깝게도 잘 되진 않았다. 그래서 비비의 문을 좀 더 넓게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비비는 각각의 삶이 있고 그 개인들이 어우러져 더 풍요로워지는 곳이에요. 그런 마음을 품은 다양한 세대의 비비들이 이 공간에 오겠지요. 어린 친구들은 선배들의 사회경험을 배우고 성장할 수 있는 곳으로요. 다양한 비혼들과의 만남을 위해 비비는 어떤 준비를 해야 하는 지 준비 중이에요. 지속가능한 비비를 위해 경제적 소득을 만들어 낼 수 있는 방법, 우리가 잘 할 수 있는 사업은 무엇일까를 고민중이죠.”
그래서 다양한 공동체를 만나 좌담회도 진행하고 전주의 비혼여성들의 드나듦이 지금보다 활발해질 수 있는 공간으로의 이사계획도 있다. 성장을 꿈꾸고 서로에게 기댈 수 있는 더 많은 비혼들을 만나기 위해 비비는 지금 천천히 변신중이다.
여성생활문화공간 비비 www.spaceb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