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한 캐쉬]

 

당신이 살아온 삶이 우리의 보증입니다

 

김진연(2권역사무국 (사)대전여민회 사무처장)

 

작은 키에 머리에 딱 맞는 낡은 오토바이 헬멧을 쓴 밝은 미소의 중년여성이 사무실에 들어선다. 때에 따라 하루에 수십 명의 사람이 오가는 단체 사무실인지라 언뜻 무슨 용무인지를 파악 못하고 눈을 마주치며 자리에서 일어나 인사하려는 찰나 "저, 여기가... 여성가장, 대출해주는..."하며 조심스레 말문을 연다. "아, 예 맞습니다. 어서 오세요." 오늘도 또 한 분의 여성가장과 행복한 동행이 시작되었다.

 

 

맑은 미소의 그 분(그 뒤 이분은 우리 사무실에서 미소천사라 불립니다)은 동네에서 작은 옷 수선 가게를 하는데, 임대주택에 들어가기 위한 주택자금을 대출받고자 왔다. 대출 관련해 이런 저런 이야기가 오가고 자연스레 한부모여성가장이 된 사연이 이어지고 미소 뒤에 숨어있던 고단한 삶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그 삶을 격려하고 더 나은 인생에 대한 계획을 세우면서 서로의 마음을 주고 받는다.

 

여성가장 긴급지원 캐쉬SOS사업은 그렇게 사연 많은 여성가장들의 마음을 열고 힘을 받는다. 중학생이 된 아들에게 작은 방 한 칸이라도 내주고 싶은 분, 월세를 깎아 전세보증금을 조금이라도 높이려는 분, 아파트상가 앞에서 1톤 트럭으로 떡볶이 창업을 하려는 분, 자식만이라도 대학을 보내 가난을 대물림하지 않으려고 등록금을 빌리는 분, 평생 일하다 얻은 병을 치료하여 다시 일터로 나가려는 분... 우리 사회의 일꾼으로 평생 쉼없이 일해왔지만 작은 집 한 채 없이 은행문턱이 높아 대접한번 제대로 받지 못하고 밀려나기만 했던 분들이다. 그래서 여성가장들은 어떠한 조건도 없이 '스스로 살아낸 삶'만을 믿고 대출을 해주는 여성단체와 여성재단 그리고 후원기업인 SBS에 대해 깊은 감사와 신뢰를 보내는 것이다.

 

"처음에는 그냥 빌려준다고 해서 이상한 곳인 줄 알았어요." "근데 더 이상한 건 다른 정보도 알려줘요." "나는 이제 친정이 생겼어요. 언니 동생도 생겼구요." 여성가장들의 모임에서 쏟아져 나온 얘기다.

 

"그러니 오랫동안 만나자구요. 그래야 나중에 나도 돕지."

Posted by 한국여성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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