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 약속을 지킬 수 있도록 노력 할거야!”
1박 2일 일정이 끝나가는 무렵, 멘토와 멘티는 각자 멘토링 활동에서 꼭 지키겠노라 다짐한 한 두 개의 약속을 종이 위에 또박또박 적어 내렸다. 아직 활동이 시작되지도 않았는데 어쩜 ‘시간 약속’에 대한 메시지가 이렇게 많은 것일까. 이 자리에 있는 50여 명의 사람은 이미 그 첫 약속을 지켰다. 멘토링 첫 시작을 선포하는 발대식과 1박 2일 캠프에 참석한 것.
2010년부터 한국여성재단과 LG이노텍은 다문화가정 자녀들을 대상으로 멘토링을 진행해 올해로 3년 차가 되었다. 연간 멘토링 활동에 참여하는 인원은 보통 21쌍이지만, 그 속에는 갖가지 컬러와 맛이 들어 있어서 이야기책으로 묶으면 안데르센 전집 버금간다. 너무 편파적인 애정인 듯 보이지만 외부의 많고 많은 학습멘토링과 전혀 다른 이유로 지나온 시간만큼 멘토링 활동에 대한 고민도 수십 번이었다. 그 고민의 중심에서 함께해 온 서울, 안산, 오산, 파주, 광주, 구미, 청주 7개 지역 단체들과의 파트너십도 그만큼 단단하게 자리 잡았다.
지역 단체의 적극적인 권고로 올해 발대식은 캠프와 함께 진행하기로 결정하였다. 쭈뼛쭈뼛 어색한 것들과 방해가 될 수 있는 모든 요소를 배제하여, 멘토와 멘티가 일박이일 동안에 몸과 몸으로, 마음에서 마음으로 함께 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진행하기로 했다.
서울영어마을 풍납캠프에 자리를 마련하고 전국에서 올라온 LG이노텍 임직원과 멘토, 멘티, 한국여성재단 관계자들. 발대식 분위기는 강당에 놓인 의자의 간격과 딱딱함만큼 살짝 진지했다. LG이노텍 황정섭 상무님의 격려사와 정구봉(청주, 기판제조2팀) 우수멘토의 3년차 활동에 대한 감회를 이어 멘토단의 대표선서까지 이어졌다.
짐도 채 풀지 못한 채 다 같이 식사를 하고 본격적인 캠프 일정이 시작되었다. 아직 지역별 모임이 시작되지도 않았는데, 단체 활동가의 역량이 빛을 보는 순간은 이런 것이리라. 이미 캠프 전부터 연락을 주고받아 함께 한 테이블에서 식사를 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아직은 조심스럽지만 아이들도 곧잘 어울리며 휴식시간을 통해 숨 고르고 있었다.
1일차 일정은 주로 몸 깨우기 프로그램이 진행되었다. 멘토와 멘티가 함께 레크레이션을 통해 친해지고 이후 시간으로 멘토와 멘티가 각각 멘토교육과 체험프로그램으로 별도 장소로 흩어졌다. 저녁 이후로 전래놀이를 통해 다시 한 번 모이고 캠프의 꽃인 밤, 모닥불은 없었지만 야식을 먹으며 못 다한 이야기를 나누면서 서로를 깊이 알게 되었다.
2일차 일정은 멘토링 활동에 집중하여 워크숍을 통한 계획 세우기와 다짐을 다지는 시간을 가졌다. 뛰어 놀기도 잘 하고 호흡도 척척 잘 맞았던 멘토와 멘티가 사뭇 진지하게 머리를 맞대고 소통하는 시간을 가졌다. 직접 멘토링 활동을 하면서 더 깨지고 부딪히는 부분이 생기겠지만 오늘 작은 종이에 썼던 ‘멘토(멘티)의 말에 귀 기울인다’, ‘서로의 입장이 되어 생각하고 배워 나간다’라고 적은 다짐을 끝까지 잊지 않을 수 있다면 위기도 성장으로 바꾸며 활동해 나갈 수 있지 않을까. 일정을 모두 마치며 하나 둘 지역별로 떠나는데, 기대감과 희망 때문인지 헤어짐을 아쉬워하는 사람은 눈에 띄지 않았다.
앞으로 6개월 동안 이들이 만들어갈 희망이야기가 여러분도 기다려지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