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여학사협회의 오픈 하우스


 

 

 
한국여성재단 3기 기자단 유재경


 
덕성여대 정문 앞, 하얀 2층집이 눈모자를 쓰고 있다. 이 곳이 바로 우리나라 여성 단체의 효시 격인 한국여학사협회의 보금자리다. 협회의 역사는 1945년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여성운동가이자 교육자인 김활란 박사를 중심으로 박화숙, 모윤숙, 이숙종, 김현실 등이 모여 당대의 지식인 여성으로서 사회에 봉사하고, 여성의 교육과 능력 계발을 위해 힘을 모으자는데 의견을 같이 했다. 이후 1950년 김활란 박사가 초대회장으로 추대되어 협회가 정식 설립되었고 한국 여성이 올바른 위치에서 남성들과 대등하게 활동하도록 이끌며, 배움에 보답하기 위해 사회에 봉사하고 공헌하는 것을 협회의 창립이념으로 삼았다. 결국 한국여학사협회는 약 60년 전 대학을 졸업한 ‘여성학사’들이 모여 한국 여성들의 교육과 인력계발에 뜻을 세운 모임이었던 것.
 
하지만 세월이 흐르며 협회도 시련을 겪었다. 1974년에 준공된 협회 건물은 1999년부터 약 10년 간 한식당으로 임대로 되어 시설이 노후되었고 임대기간이 끝난 후 협회 공간으로 활용을 시작했지만 2층은 천정 침하 및 실내 칸막이 시설로 교육장으로 활용이 어려웠다. 결국 건물 1층을 리모델링 하여 사무실로 사용하게 되었지만 2층은 예산부족으로 방치해 둘 수 밖에 없었고 외부 교육 시설을 이용해야 하는 비효율이 이어졌다.
 

 

그런 협회에 손을 내민 것은 한국여성재단과 아모레퍼시픽복지지단이었다. 지난 2009년부터 한국여성재단은 아모레퍼시픽복지재단의 후원으로 여성생활, 이용시설 및 비영리 여성단체의 열악한 시설을 개선하고 지역 내 소통이 가능한 여성 대안 공간을 창출하는 시설개선사업을 지원하고 있다. 올해만해도 총 10개소를 지원하여 지금까지 총 65개의 단체 및 시설을 지원했다. 47개의 행복한 웃음이 가득한 화장실과 욕실이, 그리고 18개의 아름다운 여성대안공간이 탄생한 것이다.

 새단장한 협회 공간에 들어서자 백발이 성성한 여학사들이 들뜬 얼굴들이 보인다. 마치 스무살 여대생 시절 금남의 공간인 기숙사에 손님을 초대한 오픈 하우스 분위기다. 핑크와 흰색이 어우러진 산뜻한 벽에는 협회의 심볼과 슬로건이 눈에 띈다. “Empowering women &girls through lifelong education” 협회 심볼인 요술램프의 주둥이에는 불꽃이 하나 달려 있는데 불꽃에서 금방이라도 램프의 요정이 나와 소망을 들어줄 것 같다. 새단장한 협회의 2층 교육장은 여성 PLUS+라고 이름 지어졌다. 이 곳에서 지역여성과 소외계층 여성들이 함께 배우고 삶을 나누며 긍정적인 에너지를 충전하게 된다. 이름 그대로 여성의 삶에 플러스가 되는 공간인 것이다.

 

 돌아오는 차 안에서는 나는 생각했다. 협회가 설립된 60년 전과 현재를 비교할 때, 여성의 삶은 얼마나 달라졌을까? 여고생의 80% 이상이 학사가 되고 수백만의 여성 직장인들이 일터에서 각자의 꿈을 좇고 있지만, 아직도 많은 여성의 삶은 팍팍하기만 하다. 새단장한 아름다운 공간에서 한국여학사협회가 그녀들의 삶에 한 줄기 빛과 한 송이 꽃이 되어줄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Posted by 한국여성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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