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가장들에게 '단비' 같은
(사)서울여성노동자회 한부모지원사업팀 김은선 팀장
여성가장 긴급지원 캐쉬SOS사업을 시작한지 어느새 두 달이 훌쩍 넘었다.사업을 시작하고 매일 7~8통씩 걸려오는 전화상담을 받으며 당장 긴급한 지원을 원하는 그녀들의 삶이 너무도 절절히 다가왔다.
전화를 걸어오는 대부분의 여성가장들은 이혼 후 중학생 이상의 자녀들을 홀로 키우며 사는 분들이 많았고, 수입의 대부분을 월세와 교육비로 지출하면서 궁핍한 생활을 벗어나지 못한 채 나날이 오르는 집값 때문에 주거비 지원신청을 주로 하고 있다.
그리고, 2순위는 자녀의 대학 등록금
자녀라도 잘 가르쳐 가난을 대물림 하지 않게 하기 위해 두 세가지 일을 마다않고 하지만 6개월마다 돌아오는 등록금 고지서는 삶을 압박하는 계고장같다.
상담전화를 받다보니 전화를 걸자마자 목이 메어 말을 잇지 못하는 분이 계신가하면, 본인이 지원대상 기준에 적합하지 않다는 것을 알지만 하소연이라도 하고 싶어 그런다며 한참을 신세한탄을 하고는 들어주어 고맙다는 분도 있다.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전화하는 여성가장들은 본인이 대상이 되든 안되든 자신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함께 마음 아파하는 것만으로도 위로를 받는다.
여성가장들은 이렇게 외롭다. 여성가장들은 단순히 경제적 어려움뿐만 아니라 고달픈 삶이 지속되면서 정서적, 정신적 결핍으로 고통을 받는다. 이로 인해 일상적인 대인관계에서 오는 스트레스 조차 이겨내기 어려울 때가 많다.
지원자를 포함한 여성한부모 월례모임의 참가자들에게 교육욕구조사를 실행하였는데, 응답자의 대다수가 자존감 향상 및 의사소통훈련과 같은 교육을 원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사업이 한부모 여성들에게 경제적 자립뿐만 아니라 정서적 자립도 할 수 있도록 조사연구기관이 알찬 교육프로그램을 개발해주기 바란다.
최근에 한 내담자와의 상담을 통해 상담자는 내담자에게 필요한 정보를 충분히 줄 수 있도록 준비된 자세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절실했던 사례가 있었다. 내담한 여성가장은 남편과 시어머니의 폭언과 폭행으로 인해 갓난아기를 데리고 도망치듯 나와 이혼소송을 진행했고 그 과정속에서도 지속적으로 괴롭힘으로 얻은 심장질환과 각종 질병으로 몇 년째 고통받고 있었다.
겉으로 보기에도 기운없고 자신감 없는 모습에 몸도 건강하지 않으니 꾸준히 직장생활을 할 수도 없었던 그녀는 자녀를 위해서라도 하루빨리 건강을 되찾아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내담자는 본인의 질병이 어느 정도인지 검사라도 받고 싶은데 비싼 검진료 때문에 엄두를 못내고 있다가 저리로 대출을 받아 검사를 받기 위해 내방했다. 상담과정에서 무료로 건강지원이 가능한 '여성가장 건강지원사업'신청을 권하게 되었고 다행이 며칠전 대상자로 선정되어 검사비 일체를 지원받게 되었다.
'지자체매입주택 세입자 신청'같은 경우도 마침 상담을 막 시작하던 시점에 얻은 정보여서 주거비 문제로 전화하는 분들에게 이러한 정보를 주고 대상이 되면 적극적으로 신청을 권유하여 몇 몇 분은 신청 후 결과를 기다리는 중이다.
전화로 신청하는 한 분 한 분에게 필요한 정보를 전달하고 또는 긴급지원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고 기뻐하는 모습을 볼 때 무엇보다 이 사업에 대한 그리고 상담자인 나 자신에 대한 뿌듯한 마음이 들었다.
여성가장들의 얼굴에 핀 '미소의 꽃'
그러나 한편으로 어디에서도 도움을 받을수 없어 너무나 어려운 상황에 놓여있는 가정을 생각하면 모든 복지지원사업의 맹점이 드러나는 것 같아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 더 나락으로 떨어지기 전에 조금만 일어설 수 있는 힘을 준다면 정부의 재정이나 민간단체의 지속적인 후원없이도 살아갈 수 있을텐데...
삶이 힘겨운 사람들과 상담하며 같이 울기도 하고 필요한 도움을 주지 못할 땐 무력감으로 우울해지기도 한다. 올 봄엔 그렇게 굳게 결심했던 벚꽃구경을 놓치고 말았다.그야말로 꽃구경은 꽃노래만 부르다 끝난 셈이다.
하지만 한 달에 한 번 '희망날개'라는 이름아래 모처럼 딩굴방굴하며 쉬고 싶은 일요일에도 아이들 손을 잡고 모임에 나오는 당당한 한부모 여성들의 웃음을 보면 꽃구경 못간 아쉬움이 사라져버리기도 한다.
긴급지원 캐쉬SOS사업이 더 많은 여성가장들에게 햇살이 되도록 사회가 관심을 가져 주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오늘도 상냥하고 씩씩하게 전화를 받는다.
"네, 긴급지원 캐쉬SOS입니다."